1. 왜 어려웠나 했더니

교과부 사교육비 절감 일환‘연계율 70%’로 상향 지시

평가원 ‘물수능’ 부작용 우려… 변별력 높이려 문제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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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EBS 연계율’이 높아져 평이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어렵게 출제된 데

대한 교사와 수험생들의 당혹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

정평가원이 “지난해 수준으로 평이하게 낼 것”이라고 수차례 밝혀온 터라 수험생 입장에

선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다. 예상과 달리 수능이 어려웠던 것은 교과부가 갑작스럽게

EBS 연계율 확대를 지시했고 평가원이 급하게 이에 맞추다 보니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분석이다.

◆장관 발언으로 시작된 연계율 상향 조정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당국이 수능과 EBS 연계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지난 3월 안병만

 전 장관이 EBS와 업무협약을 하는 자리에서 돌발적으로 한 발언이 처음이었다. 안 전

장관은 당시 “EBS 수능강의 내용이 지금까지 수능에 30% 정도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부터

 70% 또는 그 이상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BS 강의만으로도 수능 대비가 가능하도록

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뜻이었다.

 

안 전 장관 발언은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과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사안이다. 발언

 이후 부랴부랴 평가원이 연계율 조정방안을 만들었다. 이후 수능과 EBS 연계율은 6월

모의평가에서 50%, 9월 모의평가에서 60%로 계속 높아졌다.

 

평가원은 연계율을 70%로 올리기 위해 출제 시스템까지 바꿔야 했다. 기존에는 출제위원

들이 문제를 만든 다음에 혹시 비슷한 문제가 실리지 않았나 해서 시중의 문제집을 살펴보

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출제과정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EBS 교재를 펴놓고 분석하면

서 문제를 만들어 냈다.

 

◆‘물수능’ 의식해 문제 꼬다보니 어려워져

 

평가원이 수능을 출제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변별력이다. 문제가 너무 쉬운 나머

지 성적 분포가 고르지 않고 한 쪽에 치우치면 시험을 치르는 의미가 없다. 이렇게 되면

논술, 면접 등 대학별고사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다른 혼란을 줘서 사교육 확대라

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출제위원장인 안태인 서울대 교수가 “어려운 수능보다 쉬운 수능

으로 인한 혼란이 더 크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평가원은 ‘EBS 연계율을 높이되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는 원칙

하에 EBS 교재에서 중요한 개념과 문제유형을 가져오면서도 그대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EBS 교재 중에서도 어려운 문제를 상당수 연계했고 기본 개념을 다룬 문제도 완벽히 이해

하지 못하면 풀기 어렵게 변형했다. EBS 연계를 통해 사교육 없이 풀 수 있는 평이한 수능

을 기대한 교과부 의도와 거리가 먼 결과가 빚어진 셈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EBS 수능 연계가 사교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2. 논술학원가 ‘문전성시’

과외도 극성… 회당 수십만원대교과부, 고액·심야강의 집중단속

“수시 2차 논술에 대비해 울산에서 올라와 하루 5시간씩 개인과외를 받는데, 시간당 30만

원이에요. 논술과외방은 일주일간 기본 300만∼500만원은 든다고 봐야죠.”

 

이번 주말까지 치러지는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2차전형을 앞두고 대학별 맞춤식 논술강

좌에 수험생들이 몰리고 있다. 회당 수십만원대인 소규모 고액 논술과외도 여전히 성행하

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치동·목동 학원가 등에 따르면 수시 2차에 대비해 개설된 대학별 논술강좌 수강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별 논술유형 분석과 첨삭지도 위주로 강의를

진행하는 학원 논술강좌는 대개 22∼26일 5일간 하루 5∼8시간 강의에 9만∼18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어렵게 출제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탓에 기본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걱정하

는 학생들의 수강 취소가 속출하고 있지만, 일주간의 ‘맞춤형 집중강의’에 의지하려는

학생도 여전히 많다.

 

목동 A학원의 논술강사 이모(35)씨는 “고액 논술과외가 기승을 부렸던 최근 몇년간에

비해 올해가 덜하다뿐이지 논술 사교육 수요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균관대 수시 2차 수험장에서 만난 학부모 중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를 단기 논술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하는 이가 많았다. 학부모 B(50)씨는 “아이가 22

일부터 시간당 30만원짜리 과외를 받기로 했다”면서 “수능 성적이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상황에서 이번 수시 2차에서 합격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면 뭐든 시키려는 게

학부모 심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북의 C고교에 재학 중인 고3 수험생 딸을 둔 최모(47·여)씨도 “학부모들끼리 의견을

모아 강남의 학원강사들에게 수시 2차 대비 집중지도를 맡기기로 했다”면서 “20∼26일

일주일간 강의에 130만원을 들였는데, 서울로 원정 과외를 떠날 경우 숙식 문제를 제외하

고도 300만원선의 수강료가 든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지난 18일 수능 이후 고액·심야 논술특강이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대상은 신고된 수강료 이상

의 고액을 징수하거나 밤 10시 이후까지 강습을 하는 중·대형 규모 18∼25개 논술학원이

다. 교과부는 이번 단속을 통해 적발되는 학원은 등록말소, 검찰고발 등 가능한 모든 조치

를 취한다는 방침이다.